천문, 지리, 병법에 능통하여 신출귀몰한 전술로 희대의 대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갈량과 그의 사부 백발 도사를 인터뷰했다.
김 : 유년시절에 대해서
제 : 저는 8, 9세 때까지 말을 못했고, 가난한 집의 양치기 소년이었습니다.
김 : 도사께서 병을 치료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던데...
도사 : 그렇습니다. 병을 고쳐주고 읽고 쓰기, 천문 지리, 음양 팔괘, 병법도 가르쳐 줄테니 내 제자가 되겠다고 부모님한테서 허락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.
김 : 물론 허락하셨을테고... 공부하던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면?
제 : 그로부터 7, 8년쯤 지난 어느날인데 귀가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. 비를 피해 오랜 절에 뛰어들어가자 웬 선녀 같은 젊은 여자가 미소지으며 "이것도 인연이니 목이 마르거나 지치거나 할 때 언제든지 여기서 차를 마시고 쉬십시오" 하고 다정하게 맞이하더군요.
김: 낡은 절에 절세 미인이라니?
제 : 그 후로 저는 자주 절에 갔습니다. 그녀와 요리도 즐기고 얘기도 하고 바둑 장기를 두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.
김 : 그렇게 한눈 팔다보면 도사께서 눈치채셨을텐데...
도사 : 나무를 부수는 것은 쉽지만, 기르는 것은 어려운 법이지요. 내가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하니 긴 한숨이 흘러나왔지요.
제 : 도사님의 은혜를 배반할 생각은 추후도 없었습니다.
도사 : 처음엔 제갈량이 영리한 아이라고 생각해 쓸모있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병을 낫게 하고 제자로 삼았는데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렸으니 그때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.
제 : 사부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아시고, 등나무에 감긴 나무는 기운이 잃고 잘 성장할 수 없다며 "나무는 부드러운 등나무에 감기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"고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.
도사 : 그녀는 원래 천궁에 살던 학이었는데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인간 세계로 떨어졌던 것입니다. 만일 제갈량이 그녀의 꼬임에 빠졌더라면 평생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.
제 : 사부께서 밤 1시에 그녀가 은하수로 날아가 목욕할 때, 옷을 태워버리면 다시는 여자로 변할 수 없다고 일러 주셨습니다.
도사 : 그 날 밤 제갈량이 옷을 태우자 학이 바로 눈치채고 내려와 부리로 눈을 공격했지요. 일러준 대로 내가 준 지팡이를 휘두르며 학의 꼬리를 잡아 내동댕이치자 학은 꼬리털이 뽑힌 채로 달아났어요.
제 : 그 후로 사부님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학 꼬리 깃털로 부채를 만들어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매사에 신중히 대처하도록 유념하게 되었습니다.
김 : 아, 이것이 그 유명한 '학우선(鶴羽扇)'의 유래군요. 전화위복이란 말처럼 그 사건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여 오늘날까지 이름을 떨치게 된 것도 모두 도사님의 훌륭한 가르침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. 마지막으로 혹시 남은 깃털 하나 있으면 기념으로 가져가면 안될런지요?

【인터뷰 시리즈1】도스토예프스키
【인터뷰 시리즈2】제갈량의 학우선(鶴羽扇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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